HLPF 뉴스레터 (07.12. 수요일)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지표와 데이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출발점

 13:15~14:30 Evaluation as a mechanism for effective national follow-up and review of progress towards the SDGs

/ 윤경효 한국 시민사회 SDGs 네트워크(SDGs시민넷) 사무국장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제21(Agenda 21)' 가 채택된 이후, 90년대 후반에 80여 국가들이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의제21‘을 이행을 하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지만, 2010년대 들어와 54개 국가만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유지하고 있거나 그나마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90년대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기반한 세계화가 본격화되는 등 환경적으로 건전한 지속가능발전가치와 다소 동떨어진 국제정치경제 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겠지만, 최소한 국가별로 정책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점검할 국제 거버넌스 시스템도 느슨했던 것이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었다. 공동의 달성 목표나 평가기준도 없이 10년에 1번 만나는 것으로 무엇을 확인할 수 있었겠는가.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의제'(일명,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 169개의 세부목표와 230여개의 지표를 구체화하고 정기적인 점검체계를 약속한 것은 의제21’의 지난 20년간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5년 부산을 시작으로 지방의제21’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 2002년에는 약 87%의 지방정부가 지방의제21을 채택하고, 2000년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가 설치되고, 2007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제정되는 등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활발히 전개되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추진 동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속가능발전 법제도의 기능과 위상이 축소된 정치, 제도적 영향이 가장 컸지만, 지역 시민사회의 운동으로 견인되어 온 지방의제21’도 정체성 혼란으로 운동방향을 잃고 표류한 것도 주효했다. 많은 지방의제21 운동가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진전시키는데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지 모르겠다고 자조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진전이 있기는 한 건가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지방정부와 지역시민사회가 공동의 의제와 실천사업을 설정하고 이행하는 거버넌스경험은 사회적 자본이 되었지만, 이러한 활동들을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점검평가 시스템이 취약하다보니, 많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경기도, 전주 등 일부 선진적인 지방의제21 운동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일찍이 자각하고 2008년 이후부터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지표(indicator)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일관된 보고서를 작성해 오고 있다.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된 이후, 보다 많은 지역에서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지표수립과 평가체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을 갖고 지방차원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및 지표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17년 유엔 고위급정치포럼(HLPF)에서도 한국에서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목표 이행현황을 점검하는 공식회의석상에서 지속적인 데이터 생산과 확보문제, 기술이전 등에 대한 언급이 끊이지 않았으며, 필자가 참석한 관련 사이드이벤트는 청중이 몰려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붐빌 정도였다.

 

유엔평가그룹(UNEG)이 주최한 국가차원의 효과적인 SDGs 이행점검을 위한 메카니즘으로써 평가(Evaluation as a mechanism for effective national follow-up and review of progress towards the SDGs)’에서는 스위스, 칠레, 사모아 등 SDGs 이행체계를 구축한 국가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평가시스템을 공유하는 자리였는데, 모두 국가위원회를 설치하고 부처별 통계데이터를 기반으로 지표를 평가관리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칠레 사례였는데, SDGs 이행평가 결과를 국가투자시스템(National Investment System)과 연계하여 차년도 정부예산 책정에 반영하도록 한 점이다.

 

한편, 사법정의, 참여, 정보접근성 등 국제 및 국가 거버넌스 제도에 대한 SDG 16번에 초점을 맞춰, 16번 지표들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의 확보가능성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16번 목표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시민참여 거버넌스 체계를 비롯해 16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제도를 담고 목표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근본적인 목표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 시간보다 일찍 회의장에 도착했음에도 앉을 자리가 없어 2시간 동안 서있어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포용적인 사회: SDG 16 글로벌 데이터 보고서(MEASURING PEACEFUL, JUST AND INCLUSIVE SOCIETIES: LAUNCH OF THE INAUGURAL SDG16 GLOBAL DATA REPORT)’ 사이드이벤트 현장 ⓒ 윤경효

 

유엔 통계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많은 SDGs 지표들이 정의가 불분명하고 국가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점검할 수 있는 지표들이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차원 점검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기껏해야 30% 정도에 불과하다. 16번 목표 역시 대부분의 지표의 데이터가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16번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지표만을 점검할 것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보완할 지표를 제안하고 시민사회가 생산한 데이터를 정부가 사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또한, 지역차원에서의 데이터 생산과 취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체계 구축이 강조되었는데, 다만, 지역차원에서 방대한 양의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이 말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결국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확인하려면, 지역차원에서의 데이터 구축이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 통계체계가 분산되어 통합적으로 관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선 국가의 통계 거버넌스가 재조정되어야 하고, 시민사회와 기업이 생산하는 통계데이터를 수용할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SDGs 지표의 경우, 데이터 확보 가능성 이전에 어떤 지표를 선정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먼저 고민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Posted by Korea SDGs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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