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어 메뉴/동북아 SDGs 이해관계자포럼

저는 강정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by Korea SDGs Network 2019. 10. 21.

저는 강정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정책센터 과장 이하늬


작년 몽골(관련내용 참고 -> 링크)에 이어 2019년 10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동북아 SDGs 이해관계자포럼에 참석하게되었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수립된지 벌써 4년이 흘렀다. 글로벌차원에서 17개 목표는 그 동안 매년 7월 UN 고위급정치포럼(HLPF)에서 모니터링&리뷰를 거쳤고, 올해 9월 UN SDG 총회로 종합 평가를 하기도 했다. 국내 차원에서도 작년 환경부 주관으로 한국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하였고, 현재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 그렇다면 국내와 국제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지역,(우리는 아태지역, 그 중에서도 동북아에 속하기 때문에) 동북아 차원에서는 SDGs 이행에 대한 종합 평가가 어떻게 나왔을까? 라는 기대를 했다면 만족도가 매우 떨어졌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는 하지 않았다 : )

동북아 6개국(러시아, 몽골, 북한, 일본, 중국, 한국)은 규모나 환경이 모두 다르다. 특히 선진국, 중견국, 최빈국 모두 속해 있어 목표별 우선 순위나 과제들이 모두 다를 것이다(그러니까 동북아SDGs 포럼과 같은 지역차의 회의를 하는 것일테지....). 10월 15일 오전 세션에 공유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UN ESCAP)에서 공유한 동북아국가 차원의 이행 현황에 따르면 2018년보다 후퇴한 목표들로 12번(지속가능한도시), 13번(기후변화)을 꼽았다. 특히 기후 변화 주범인 탄소배출량(1인당)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데이터는 감추어두고 있었던 양심을 끄집어내보이게 만들었다. 

지역차원의 SDGs 논의는 동북아와 보다 큰 아시아태평양 회의로 이어진다. UN ESCAP 아시아태평양 회의를 통해 SDGs 이행 로드맵(2016)[각주:1] 수립했다. 지역차원의 논의에서 로드맵을 진단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필요겠지라는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10월 16일 오후 세션에 관련 내용이 로드맵 이행보고서(2019) 중심으로 공유되었다(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유되지않아 해당 문서를 따로 찾아보았다). 11개 우선 분야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사회 개발, 관계성, 기술 부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후퇴하고있는 부분(글로벌 이행수단[각주:2]에서의 재정)을 지적했다. 11개 우선 분야별로 아태지역 국가들의 달성정도를 지표별로 평가하고있으며 특히, 5개 분야(데이터와통계, 재난경감및회복력, 기후변화, 자원관리, 에너지)에 대해서는 측정할 수 있는 지역차원의 데이터의 가용성이 20%밖에 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공유드림 -> 링크)

또 다른 기대 포인트는 북한의 SDGs 이행 현황 공유와 자발적국별보고(Voluntary National Reviews, VNR[각주:3]) 관련 정보였다. 한국은 2016년 보고에 참여했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159개국이 VNR에 참여해오고있다. 또한, 북한이 내년 참여를 발표했으며 미국은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따라서 이번 동북아포럼에서는 북한의 이행 현황을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기 충분했다. 북한은 SDGs 이행을 위한 제도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8년 8월 국가 이행 TF(부총리 주도)를 구성하여 국가통계시스템과 유니세프의 협력을 통해 목표별 이행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공유했다. 개발협력 협의체로서 북한이 공유해준 이행 현황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단어 "The cooperation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기 계속 맴돌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발협력CSO의 대북사업은 2017년 기준 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출처: KCOC 2017년 편람[각주:4]).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 대북지원사업은 2013년 이래로 감소추세에 있지만 최근 SDG16(평화, 인권, 민주주의,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평양 공동선언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이전보다는 개선된 양상이라 북한이 공유해주었던 내용에 기여할 수 있을 때가 멀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SDG16과 평화문제는 남북관계 뿐이 아니라 한일관계, 중국과 홍콩 관계(양측 정부에서도 참석했다) 속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언급없이(물론 민감한 정치, 외교, 국방 문제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SDGs 이행에 대한 논의 모습을 보니 속 빈 강정과 같은 느낌이었다. 

속 빈 강정과 같은 느낌은 동북아 시민사회 내부에도 있었다. 작년 기억을 떠올려보면 다른 국가 시민사회보다 주최국(몽골)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었다.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영어가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제스처를 써가며 네트워킹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이번 포럼에서는 러시아의 진짜 시민사회(정부 산하 단체 및 관변 단체가 아닌)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매우 아쉬운점이 아닐 수 없다. 2차에 이어 이번 3차에도 시민사회는 5개국(북한 제외)이 참여하여 밤샘작업 끝에 시민사회 의견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조금씩 그 변화가 보이고 있다(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애드보커시를 하는 실무자들에게는 매우 큰 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나에게 동북아포럼은 매우 재미있는 출장지 중에 하나이고, 동북아포럼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낀다. 속이 비었든 꽉 찼든 상관없이 나는 강정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1. SDGs를 포괄하는 이태국가 협력을 위한 11가지 우선 과제(통계와데이터, 기술, 재정, 정책일관성, 남북/남남협력, 사회개발, 재난경감및복원력, 기후변화, 자원관리, 2030아젠다연계, 에너지) [본문으로]
  2. 2030Agenda의 이행수단은 총 4가지(재원, 기술, 역량강화, 무역) [본문으로]
  3. SDGs 이행에 대한 국가 주도의 자발적 모니터링 프로세스 [본문으로]
  4. KCOC에서는 매년 개발협력CSO대상(회원단체 뿐만이 아닌 전체 개발협력CSO를 대상으로 한다) 조직 및 사업 현황에 대한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본문으로]